상담 철학

상담사 임혜정

상담은 전문성을 가진 상담자가 심리적 어려움을 가진 내담자와 함께 
내담자의 문제를 탐색하고 내담자가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때 상담자의 가장 중요한 태도는 물론 내담자의 어려움을 진심으로 
대하는 공감과 수용의 자세일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내담자의 특성이나 
상황에 따라 적절한 이론적 틀과 심리검사를 통해 내담자를 정확히 
이해하려는 객관적 시선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알프레드 마샬의 “찬 이성 더운 가슴(cold head but warm heart)”은 
비단 경제학자뿐만 아니라 상담사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말인 것 같습니다. 
내담자에 대한 따뜻한 마음과 내담자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가장 
도움이 되는 길을 모색하는 이성적 태도를 함께 가진 상담사이고 싶습니다.

저는 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과 명상학을 함께 공부했습니다. 
상담의 여러 측면에 명상적 방법을 적용할 수 있는데요, 
가장 간단하게는 정서적으로 너무 불안정하거나 불안이 심한 경우에 
신체 감각을 이용한 안정화나 심상화를 통한 이완 요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명상에서 가장 강조하는 부분인 ‘지금 여기’의 경험은 내담자가 
습관화된 부정적 사고 패턴에서 벗어나 매 순간 변화하는 자신과 세상을 
온전히 경험하고 수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그 능력과 가능성을 깨닫지 못했을 뿐이지요. 
상담사로서 제가 할 일은 내담자가 스스로의 힘을 알아차리고 
삶이라는 선물을 만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담을 받는 데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내 마음을 누군가에게 드러내는 용기, 도움을 청하는 용기, 
고통을 마주하는 용기, 힘들지만 익숙한 지금의 상황을 바꿔보려는 용기는 
그 자체로 위대합니다. 
그 커다란 용기의 가치를 상담사들은 잘 압니다. 
한 걸음만 내디뎌 보세요. 
그저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와 보세요. 
따뜻한 미소와 열린 마음으로 반갑게 맞아주는 누군가가 있을 겁니다.

저는 상담을 마치고 나가는 내담자를 배웅할 때마다 
“이번 한 주도 잘 보내세요.”라고 인사합니다. 
그리고 상담실을 나가 다시 세상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는 
내담자의 뒷모습을 보며 짧은 응원의 기도를 올립니다.

자신을 믿고, 현재를 온전히 경험하며, 무엇보다 편안하시기를...